[ 영운 초등학교 – 거제도 ]
거제도에 들어섰습니다.
평화롭기 그지없는 초등학교가 먼저 반겨 주는군요.
[ 명사 해수욕장 – 거제도 ]
조용히 머물다 가기에 훌륭한 장소입니다.
[ 명사 해수욕장 – 거제도 ]
텐트 앞길로 아주 가끔씩 사람들이 지나다니며
괜찮아요? 안추워요? 묻습니다.
사람을 피해 떠나온 여행이지만
이 마을 사람들의 참견과 관심은 왠지 싫지가 않군요. 아니, 고맙습니다.
단순한 호기심이 아닌 배려가 담긴 관심이고 진심이 담긴 말 임이 느껴집니다.
말에는 마음이 담겨 있어야 하죠.
마음이 없는 말은 그저 소음일 뿐입니다.
마음이 담겨있지 않은 말을 할 바에야 차라리 침묵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해요.
이 마을 분들은 그것을 깨닫게 해 주십니다.
[ 노을 – 거제도 명사 해수욕장 ]
아름다움은 길 가는 중에 있다.
유명한 관광지,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을 들러보면 “와! 좋네!” 감탄사가 나오지만,
정작 아름다움에 감동하여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린 것은 길 위에서 이다.
눈물나게 아름다운 풍경은 길 위에 있다.
일부러 만들거나 꾸며놓은 목적지가 아닌,
오직 마음으로만 담을 수 있는 과정에 있는 것이다.
- 12/4 거제도 명사에서
[ 노을 – 거제도 명사 해수욕장 ]
<이럴수가>
여행을 다니다보면 나도 모르게 “이럴수가” 탄성을 지를때가 종종 있어요.
대부분은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 “이럴수가” 하지만,
어떤때는 너무나 한가로워서, 공공 화장실에서 따뜻한 물이 나와서,
돼지국밥 한그릇이 너무나 행복해서,
별이 쏟아지게 많아서, 내가 몰랐던 내모습을 보게 될 때,
고요한 중에 고요함의 소리를 듣게 될 때… 그밖에 수없이 많은 상황에서 나도 모르게
“이럴수가” 합니다.
이 땅은 좁고 여행길은 짧을지라도 고맙고 감사해야 할 것들이 무진장 많음을 보게 됩니다.
이럴수가 – 좋은 습관이 될 것 같아요.
일상에서 아무 생각없이 접했던 따뜻한 밥 한공기, 푹신한 침대, 시원한 물 한모금,
세면대의 비누 한조각, 그리고 너무나 사랑하는 나의 가족…
매일매일 놀라고 감탄하며 “이럴수가” 감사의 탄성을 지르는 삶은
얼마나 행복할까요.
[ 풍랑 - 거제도 명사 해수욕장 ]
새벽 4시에 잠을 깼어요.
거센 비바람에 나의 작은 텐트가 공중부양을 하고 있는 거에요.
비오고 깜깜한데 밖에 나가기가 여간 귀찮은게 아니라서, 침낭속에 웅크리고 텐트바닥을
온몸으로 눌러가며 꾸역꾸역 다시 잠을 청했지요.
날이 밝고 다행히 비도 멈추었지만, 바람은 점점 더 거세지네요.
파도도 장난이 아닙니다.
텐트 바로 옆 방파제를 넘어 도로위로 하얀 파도가 마구 쏟아집니다.
소리는 또 얼마나 우렁찬지…
하지만 이런 바다가 좋아요.
육지에 사는 모든 존재의 접근을 거부하는 강렬한 바다.
그 앞에 서면 마치 세상 모든 길의 끝에 와 있는듯한 느낌을 주는 바다.
그래서 텐트를 걷지 않기로 했어요.
마치 여기서 물러나면 더 이상 갈 수 있는 길이 없을 것 같다는 비현실적인 느낌…
노끈과 꽉채운 물통, 짱돌…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이용해
자꾸 새가되어 날아가려는 텐트를 간신히 진정시켰어요.
살을 에는 칼바람이 해변의 모래와 섞여 눈과 볼과 손등을 사정없이 후려치네요.
하지만 바다를 향해 선 마음은 왠지 조용히 설레입니다.
.............................
한순간도 그치지않고
지난 이틀간 거세게 불어닥치던 바람이 조금 잦아들었다.
텐트 지퍼를 살짝 열고 공기를 맛본다.
이럴수가. 이렇게 순수할 수가…
차가움에 코끝이 쨍하고 모래도 살짝 날려오지만,
시리게 맑은 공기는 폐 속 깊이 파고들며 영혼을 깨운다.
이렇게 값진 선물을 안겨주기 위해 바람은 그토록 몸부림을 쳤구나…
공기를 들이쉬며 감사하고 내 탁한 숨결을 내쉼에 죄스럽다.
그렇게 숨쉴 때 마다 감사하고 죄스럽다.
- 12/6 새벽 거제도 명사
[ 새벽하늘 – 거제도 명사 해수욕장 ]
[ 여차 몽돌 해수욕장 – 거제도 ]
[ 길 위 풍경 – 거제도 ]
[ 신선대 – 거제도 ]
[ 신선대 가는길 – 거제도 ]
[ 풍차 – 바람의 언덕. 거제도 ]
[ 바람의 언덕 – 거제도 ]
바다쪽으로 돌출된 언덕에 늘 바람이 불어 바람의 언덕이라고 해요.
뭔진 모르지만 드라마도 촬영했었다고 합니다.
[ 바람의 언덕 – 거제도 ]
[ 바람의 언덕 – 거제도 ]
[ 항구의 물결 – 거제도 ]
내게 따뜻한 집이 있어 감사하다
집이 없으면 어떠하리오
바람을 막아줄 텐트가 있어 감사하다
텐트가 없으면 어떠하리오
한 벌 옷이 있어 감사하다
옷이 없으면 어떠하리오
지친 몸 편히 뉘일 한평의 땅이 있어 감사하다
땅이 없으면 어떠하리오
내 영혼 자유로이 노닐 우주가 있어 감사하다
우주가 없으면 어떠하리오
원래 나의 고향인 無로 돌아가면 그만인 것을
無 마저 없다면 어떠하리오
그래도 감사하고 또 감사해야 할 것은
언제나 곁에 있음이니…
[ 포로수용소 유적공원 – 거제도 ]
6.25 당시 북한군 포로들을 수용하던 포로수용소 유적과 잔해들이 보관돼 있어요.
거제도를 떠나기 전 아쉬운 마음에 잠시 들렀습니다.
[ 포로수용소 유적 – 거제도 ]
전시관과 역사관의 모든 설명들은 아무래도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쓰여진 문구들이겠죠.
그러나 그 이면에는 부정할 수 없는 상처와 아픔과 슬픔이 남과 북, 우리 모두에게
남겨져 있음을 느낍니다.
'천도무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 동해여행 [1] - 통일전망대 ~ 공현진 (0) | 2012.02.22 |
---|---|
77번 국도 겨울여행 [14] - 마산/부산 (0) | 2012.02.21 |
77번 국도 겨울여행 [12] - 고성/통영 (0) | 2012.02.21 |
77번 국도 겨울여행 [11] - 남해/사천 (0) | 2012.02.21 |
77번 국도 겨울여행 [10] - 남해 (0) | 2012.02.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