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번 국도를 따라 인천에서 부산까지
해안선을 타고 다녀온 2009년 겨울여행.
그 길 위에서 때론 너무좋아 들판에서 혼자
덩실덩실 춤을 추기도 하였고,
때론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에 감동하여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고,
또 때론 너무 춥고 외로워 밤새 군가를 부르며
긴긴 겨울밤을 지세운 적도 있었답니다^^
[ 서산 삼길포 항 ]
처음 발길이 닿은곳은 서산.
서산에서 갈만한 곳이 대산 쪽이나 삼길포항 이라던데..
막상 가보니 항구가 예쁘긴 하나 횟집만 즐비하고
텐트 칠만한 곳이 없어서발길을 돌렸습니다.
[ 몽산포 해수욕장 ]
바람이 거세어서, 하늘 감상만 하다가 역시 발길을 돌렸네요.
[ 청포대 ]
바로 옆동네와 달리 이곳은 바람도 잔잔하고 취수대에
물도 잘 나와 하룻밤 묵기 딱. 바로 텐트를 쳤지요.
다행히 자리를 잡고 나서야 날이 저무네요.
첫날이라 모든게 어색하고 걱정도 됬었는데…
[ 청포대 저녁하늘 ]
[ 청포대 해뜰녘 ]
그닥 춥지않게 첫날밤을 잘 보냈습니다.
따뜻한 라면국물에 기분이 좋아지네요.
[ 청포대 아침 ]
사진에선 잘 안보이지만 갈매기들이 수십마리씩 떼를지어
모래갯벌 위를 걸어다녀요.
아마도 갯지렁이나 조개 같은 것들을 캐먹나봅니다.
아침 맛있게 먹어라..
[ 이동중 서산B지구 방조제 위에서 바라본 풍경 ]
[ 보령 대천항 ]
항구에 잠시 들렀죠.
[ 보령 대천항 ]
빨간 등대까지 산책로를 예쁘게 꾸며 놓았네요.
[ 보령 대천항 ]
[ 선도리 쌍섬 ]
전날 저녁 깜깜해 질때까지 잘자리를 찾지못해 헤매다가
바닷가에 공원이 하나 있길래 공원 정자 위에 텐트를 펼쳤습니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마치 버려진 공원같아서 좀 으스스 했는데,
날이 밝고보니 바로 코앞이 선도리 갯벌체험장이라고 꽤 유명한 곳 이더라구요. 겨울이라 사람이 없는가봐요.
특이한 것은 갯벌이 단단한 모래로 되어있고, 안내판을 보니
모래갯벌에선 바지락을, 섬 주변에선 맛조개를 캘수 있다고
합니다. 썰물 때 쌍섬까지 가는 바닷길이 열려요.
조용한 아침 쌍섬까지 걷다보니 여기저기 꽤 커다란
조개껍데기가 널려있네요.
아이들 데리고 조개캐러 오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서천 신성리 갈대밭 ]
금강 하구에 길이 1Km가 넘는 갈대밭이 펼쳐집니다.
갈대밭 사이로 거닐 수 있도록 공원이 아주 잘 꾸며져 있네요.
[ 신성리 갈대밭 ]
갈대밭 공원 바로 앞까지 차가 들어올 수 있는 비포장 도로
갈대밭 뒷편엔 넓은 평야가 펼쳐져 있어요.
갈대밭 앞쪽으로는 금강이 유유히 흐르고요.
[ 갈대숲과 겨울하늘 ]
[ 갈대밭 솟대 ]
[ 갈대밭 선착장 ]
갈대는 그 키가 2~3미터에 달한다고 합니다.
죽순과 비슷한 갈대순은 식용으로도 약재로도 쓰이고,
단단한 줄기는 그늘을 만들어주는 발이나 돗자리 등을 만드는
재료로, 솔은 빗자루 만드는데, 잎은…음 까먹었어요.
암튼 어느것 하나 버릴 것 없는 갈대는 사람에게도
참으로 유용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습지 생물들에게 안락한
보금자리를 제공해 주고, 강물을 정화시키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고마운 식물이라고 합니다.
어쩐지 갈대숲 속에 여러종류의 새들도 참 많고 이름모를
날짐승들 소리도 종종 들려와요.
참으로 아늑한 보금자리네요.
[ 갈대밭 공원 다리 ]
갈대숲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소리는 묘한 중독성이 있어요.
외로움을 가슴깊이 스며들게 하면서도 동시에
푸근하게 안아주는 느낌이랄까..
왠지모를 설렘과 아픔과 흥분과 고요함이 불어옴을 느끼며
그렇게 아무도 없는 겨울 갈대숲 속에서 바람소리와 함께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 시골길 ]
사람하나 지나다니지 않는 한적한 길 위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저수지에서 물고기가 뻐끔대는 소리까지 들려오는 고요한 길,
따스한 햇볕아래서 한가로이 먹었던 사발면 맛은
평생 잊지못할 거예요.
[ 변산반도 고사포 해수욕장 ]
아무도 없고, 더할나위 없이 아늑한 이곳에서
3일정도를 푹 쉬었습니다.
고사포 해수욕장은 울창한 송림과 조용한 바다,
특히 소나무 숲 안까지 차를 몰고 들어갈 수 있는
편의성도 있습니다.
너무나 편하고 조용하게 머물렀던 이곳에
따뜻한 계절 가족과 함께 다시한번
캠핑을 오리라 다짐을 합니다.
유일한 친구인줄 알았던 라디오를 껐습니다.
그러자 더 많은 친구들이 말을 걸더군요.
철썩 철썩 파도가 먼저 나 여기있다 하고, 볼을 스치는 차가운 바람,
흔들흔들 춤추는 솔잎사이로 반짝이는 별들의 속닥거림,
어느새 구름사이로 수줍게 고개내민 초승달빛의 노래,
나뭇가지 위에서 바스락 바스락 잠자리를 뒤척이는 새들,
그리고 무엇보다 아낌없이 제 몸을 태워가며 온기를 선물하는
마른 소나무 가지의 아삭거림… 친구들이 굉장히 많네요.
그리고 그 친구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고
앞으로도 오랫동안 늘 곁에 있어주리란 생각이 듭니다.
내게 이런 친구들이 있음을 알던 모르던, 혹은 잊고지낼 지라도..
이런 친구들과 말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지금
너무나 행복합니다.
2009. 11. 22 고사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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